한국시치료연구소 - Korean Institute for Poetry Therap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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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시> 여우난골족(族)
연구소  2019-09-12 13:06:21, 조회 : 16, 추천 : 2

새벽을 여는 시>



여우난골족(族)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 하루
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
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
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려(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엄매 사춘누
이 사춘 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
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
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
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
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
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
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 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


*벌 : 매우 넓고 평평한 땅
*고무 : 고모, 아버지의 누이
*매감탕 : 엿을 고아낸 솥을 가셔낸 물. 혹은 메주를 쑤어낸 솥에 남아 있는 진한 갈색의 물.
*토방돌 : 집채의 낙수 고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오리치 : 평북지방의 토속적인 사냥용구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야생오리를 잡는 도구.
*안간 : 안방.
*저녁술 : 저녁밥. 저녁숟갈.
*숨굴막질 : 숨바꼭질.
*아릇간 : 아랫방.
*조아질 :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해찰을 부리는 일. 평안도에서는 아이들의 공기놀이를 이렇게 부르기도 함.
*쌈방이 : 주사위
*바리깨돌림 : 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아동들의 유희.
*호박떼기 : 아이들의 놀이
*제비손이구손이 : 다리를 마주끼고 손으로 다리를 차례로 세며, '한알 때 두알 때 상사네 네비 오드득 뽀드득 제비손이 구손이 종제비 빠땅' 이라 부르는 유희
*화디 : 등경. 등경걸이. 나무나 놋쇠 같은 것으로 촛대 비슷하게 만든 등잔을 얹어 놓은 기구.
*사기방등 : 흙으로 빚어서 구운 방에서 켜는 등.
*홍게닭 : 새벽닭.
*텅납새 : 처마의 안 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
*동세 : 동서(同壻).
*무이징게국 : 징거미(민물새우)에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국.


************


추석 명절이 되면 떠오르는 시다. 백석의  ’여우난골족’은 어린시절의 추석을 회상하게 한다. 외지에 나가 있던 오빠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큰오빠와 새언니가 조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자고 맛있는 송편과 추석 음식을 만들고 먹고 이야기하며 놀고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엄마는 오빠네가 오기 전에 며칠 전부터 미리 하얀 옥양목 이불홑청을 깨끗하게 빨아서 다듬이질을까지 하여 이불홑청을 정갈하게 시처 놓으신다. 떡시루에 송펀을 빚어서 솔잎을 깔고 덮어서 쪄내면 엄마는 맛보라고 내 잎에 넣어주셨다. 통, 녹두와 깨를 속으로 주로 넣으셨는데 녹두가 제일 맛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솔향기가 솔솔 나는 떡시루와 엄마랑 함께 만든 송편이 그립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송편을 사먹었는데 이제부터 딸들과 함께 송편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여우난골족’은 현실에서의 좌절된 상처를 일제 시대 이전의 유년의 고향에 대한 아슴아슴한 옛 추억을 살려내며 풍요로운 과거로 투사시킨다.  언어의 유희로 입가에 웃음까지 빙긋이 돌게 한다. 이것은 유년을 회상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다시 자기 성찰과 초월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현실을 재구조화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후기 시적 활동을 한다. 그러나 백석의 후기 작품활동은 북한체제에서의 현실을 완전히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희망과 꿈의 상징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시를 썼고 동화문학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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